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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후기 - 이토록 조용한 격정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후기 - 이토록 조용한 격정

 

올해로 벌써 세 번째 올라온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아마도 내가 거의 유일하게 초연부터 매번 챙겨본 작품일 것이다.
공연 텀이 제법 길어서, 한참 그리울 즈음 다시 돌아오는 그 리듬도 좋다.

 

 

이 뮤지컬은 유부녀 프란체스카가 겪는 마음의 동요,
그녀의 시선에서 결혼생활 중 피어난 사랑을 담담히 따라간다.
유쾌하진 않지만, 그 감정선은 깊고 아프게 다가온다.

 

초연에선 플롯이 다소 노골적이게 불편한 ‘불륜’에 가까워 보여 다시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재연에서 톤이 꽤 매만져졌고, 그 덕인지 삼연까지 올라왔다.

 

무대는 화려하지 않다.
그럼에도 사랑받는 이유는, 몇몇 넘버가 귀에 ‘찰떡’처럼 감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관람 히스토리

  • 초연 : 옥주현 / 박은태 — 싱글캐스팅
    (당시엔 한 배우가 전회차 소화하는 것이 유행이자 일종의 ‘대단함’의 상징이었던 듯)
  • 재연 : 차지연 / 박은태 — 내 기억엔 은태 배우만 있었는데, 강타도 있었던 모양. (기억 속에서 지웠나…)
  • 삼연 (이번) : 조정은 / 최재림
    드디어 새로운 조합! 기대 이상의 시너지였다.

 

이번 삼연에서 느낀 변화들

이번 공연은 재연보다도 ‘불륜’이라는 테마의 불편함을 더더욱 걷어낸 느낌.
과거엔 밀착 장면도 많았는데, 이번엔 그런 부분도 살짝 더 생략되어 더 서정적이다.

 

 

 

조정은 배우
섬세한 감정선을 정말 잘 그려낸다.
그녀의 가녀린 목소리는 감정을 더 조심스럽게, 더 아프게 만들어준다.

 

‘MD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손수건이 판매되면 그건 너가 울게 될 것이란 뜻.
이번엔 MD에 손수건 있었고… 나, 또 울었다. 1막도, 2막도. 묘하게 슬퍼서 또륵또륵.

 

 

최재림 배우

노래 잘하시는 것은 이미 잘 알고있고, 잘 하시기도 하고.

 

시카고나 킹키부츠처럼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 이미지가 강했기에,
이런 사랑에 빠진 캐릭터는 처음 봤다.
그의 ‘잘생김에 빠질 준비’가 안 된 나… ㅋㅋ 살짝 손발이 오그라들 때가 있었음.

 

 

공연장 & 관람 팁

이번 공연이 열린 곳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사실 공연장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2층 좌석도 경사가 있어 시야가 괜찮고,
맨 뒤에서도 핀라이트 때문에 암전이 방해되는 일도 없다.
공연장 자체는 설계가 꽤 잘 되어 있는 편.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비호감인 극장 중 하나.
(1등은 한전아트센터… 압도적 1등…)

이유는 딱 하나, 동선 문제다.

 

공연장이 무려 7층에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올라갈 수 있는데,
공연 시간 가까워지면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진다.
게다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공연장 2층 관객이 먼저 타고 내려와
1층 관객은 엘리베이터를 그냥 스킵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럼 그냥… 멍하니 기다려야 한다.

화장실도 너무 작다.
인터미션 때는 전쟁 수준.
그래서 이 극장 갈 땐 항상 시간 여유를 넉넉하게 두고 움직인다.
(초행이라면 최소 공연 시작 30분 전엔 도착할 것!)

 

 

주차는
5천 원에 5시간 이용 가능하고, 공간도 협소하지 않아서 괜찮은 편이다.

 

공연을 추천하겠는가?

연기, 노래, 무대… 모두 훌륭하다.
하지만 주제의 특성상, 연인이나 부부가 보기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공연 감상평 말하다 말싸움 각… 잡힐 수도 있음. (진지하게.)

조용히 혼자, 혹은 친구와 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