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극을 봤습니다.
제목은 시련.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4월 27일까지 공연 중이니, 혹시라도 고민 중이시라면 이 글이 작은 결정의 실마리가 되길.
이번 연극은 ‘군중심리가 얼마나 위험하게 흐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진실은 다수의 확신 앞에서 너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부여잡은 사람들은… 끝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1. 좌석, 그리고 약간의 후회
좌석은 2층 B블록 6열..
연극은 배우의 눈빛과 손끝이 반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솔직히 마지막까지 망설였어요.
하지만 늘 현실은 예산과 함께하니까요…
“괜찮겠지 뭐, 뮤지컬 <일 테노레> 볼 땐 괜찮았잖아.”
라는 과거의 기억에 기대어 결제했지만…
결론: 역시 연극은 1층입니다. (단호)
2. 공연은
연극은 총 4막.
막과 막 사이에는 어두운 암전이 명확하게 들어가 있어, 전환이 부드러우면서도 감정의 방향 전환을 도와줍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인물들은 조금씩 무너지고, 비틀어지고,
처음의 모난 모서리들은 어느 순간 다른 결을 가진 사람으로 바뀌어 있죠.
하나의 사건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면, 원래 그런 면이 있었던 걸까요.
극은 그 질문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넘깁니다.
팜플렛을 보니, 작년에 공연했던 연극 햄릿의 일부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여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일까요.
무대 연출이 더 직관적이고 명확해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장면은... 비명처럼 눈에 박혀요.
3. 배우들의 얼굴에 오래 머물렀던 순간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박정복 배우님의 '존 헤일' 역.
연극 <아트>에서 본 적 있는 얼굴이라 그런지 낯설지 않았고,
목사라는 위치에서 자신의 신념과 마주치는 장면은 참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또 한 분.
'존 프락터'를 맡은 강필석 배우님.
초반엔 단단하고 당당했던 그가,
극이 진행되면서 죄의식과 용서, 진실 사이에서 점점 무너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연극 <시련>.
묵직하지만,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역시, 다시 연극을 자주 보러 다녀야겠다는 생각도요.